사용한 제품을 분해·세척·검사·보수·조정·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원래의 성능으로 복원하는 재제조. 고철이나 폐기물로 취급돼 외국에 헐값으로 넘겨지는 중고품들은 재제조의 원재료가 된다. 실물경제 정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선 재제조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가안정, 고용창출, 자원절약을 위해서다.(머니투데이 5월 21일 기사 참조)
하지만 국내 재제조 업계는 또다른 정부 부처의 벽에 부닥쳤다. 품질인증 품목을 고시하려면 환경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협의가 필요한데 환경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재제조 산업이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영세 재활용업체들에 피해 입힐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논리다. 그런데 이처럼 '재제조' 산업에 소극적이던 환경부가 이와 유사한 '재사용' 개념을 들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자동차 부품 재제조 업체 성진모터스 공장의 모습/인천=김평화 기자
2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재제조 산업과 유사한 개념인 '재사용'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고부품의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폐차장, 정비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고부품 품질인증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게 골자다.
환경부는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동차 재사용부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새 부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부품 1개당 평균 48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부 안팎에선 재사용이 재제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환경부가 재제조 대상품목의 유해물질 배출여부와 영세 소상공인인 재활용업체에 대한 영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소극적 입장을 취해왔는데 결국 재사용도 이와 비슷하다는 것.
인천 자동차 부품 재제조 업체 성진모터스 공장 모습. 이곳에서 중고품은 신품의 성능을 가진 재제조품으로 다시 태어난다./인천=김평화 기자
산업부 핵심 관계자는 "산업부가 재제조 한다고 하니까 억지논리를 내세워 반대해놓고 거의 똑같은 콘셉트의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영세 정비소가 재제조품 쓰면 망하고 재사용품 쓰면 안 망하나. 한 정비 공업사 협회 사람이 재제조 사업 해보고 싶다고 찾아온다고 했다. 영세 정비소들도 재제조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제조 업계 역시 환경부의 행태가 야속하다는 입장이다. 고승현 한국자동차재제조협회 회장은 "안 그래도 '다시 쓰는 것'이란 인식을 바꾸려고 품질 인증을 받으려는 건데 재사용이란 개념과 헷갈리게 되면 재제조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환경부가 추진하려는 중고부품 품질인증제도는 기술표준원 등에서 이미 품질인증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왜 새로 만들어서 세금을 낭비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1일 서울 반포동의 한 음식점에선 김재홍 산업부 차관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이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양 차관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자며 '화해주'를 나눈 바 있다.
kapra
)
)
)
메모
